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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소문고가 붕괴 이래도 되나? (침하 징후, 안전진단, 철거 순서)

by SpargoNet 2026. 5. 27.

 철거 공사가 87%나 끝난 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처음엔 '거의 다 끝난 공사에서 무슨 사고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26일 서소문고가차도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들여다볼수록, 이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침하 징후, 그리고 전문가들이 안으로 들어간 이유

 사고 당일 새벽 1시 30분부터 2시 30분 사이, 작업자들은 고가차도 상부 슬래브를 절단하고 있었습니다. 슬래브(slab)란 교량이나 건물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 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다리의 '바닥판'인데, 이 바닥판을 자르던 중 구조물이 약 2.9cm 주저앉는 단차(段差)가 생겼습니다. 단차란 서로 맞닿은 두 면 사이에 높낮이 차이가 생기는 현상으로, 구조물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면 내부 하중 분배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공사는 즉시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서울시는 전문가들을 현장에 불러 안전진단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이미 침하가 확인된 공간 안으로 사람을 직접 들여보냈다는 점입니다. 외부 전문가인 구조기술사, 현장관리소장, 감리단장까지 거더(girder) 사이 높이 80cm의 협소한 공간으로 진입했습니다. 거더란 교량의 상판을 아래에서 받쳐주는 보(beam) 구조물로, 다리 전체 하중을 직접 지지하는 핵심 부재입니다.

 안전진단을 시작한 지 정확히 30분 만에 그 거더가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현장관리소장과 구조기술사 2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구조된 감리단장도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 공무원 3명도 부상을 입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전진단은 위험을 막기 위한 절차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판단으로는 이 경우 진단 절차 자체가 오히려 위험을 키웠습니다. 침하가 확인된 구조물 안으로 인원을 투입하기 전에 외관 진단이나 계측 장비를 활용한 비접촉 점검이 선행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계속 남습니다.

철거 순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핵심은 '해체 순서'입니다. 구조물 해체는 시공의 역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토목 분야의 기본 원칙입니다. 즉 슬래브를 먼저 제거한 뒤 그 아래를 받치는 거더를 해체하는 순서인데, 이 과정에서 거더가 단독으로 상부 하중 전체를 버텨야 하는 '하중 집중 구간'이 생깁니다.

 이때 크레인 와이어로 슬래브 구조물이 낙하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사전 침하 계측, 즉 구조물의 미세한 변위를 수치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절차와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른 단계적 이행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침하 계측이란 건설 구조물의 수직 변형량을 정밀 측정하는 기술로, 2.9cm의 단차는 계측 기준으로 보면 즉각적인 작업 중단과 구조 보강을 요구하는 수준입니다.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완공된 왕복 4차선, 길이 492m의 구조물입니다.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D등급이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 그 이후로도 바닥판 낙하, 콘크리트 탈락, 강선 파손이 반복됐다고 인근 주민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이야기를 접하고 '그러면 철거 자체를 더 조심스럽게 설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노후화가 심할수록 해체 공정의 안전 마진을 훨씬 두텁게 잡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명확히 확인이 필요한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슬래브 절단 전 크레인 와이어를 이용한 하중 지지 작업이 이루어졌는가
- 침하 발생 이후 비접촉 방식의 외관 진단 및 계측 점검이 선행됐는가
- 안전관리계획서에 명시된 해체 순서와 실제 공정이 일치했는가
- 현장 진입 전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 절차가 정식으로 수행됐는가

 경찰은 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했고,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도 각각 수습본부를 구성해 원인 규명에 나선 상태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https://www.moel.go.kr)).

안전진단 30분, 그리고 KTX 철로 위에서 벌어진 일

 사고 현장 바로 아래로는 경의중앙선 전철과 KTX가 지나는 철로가 놓여 있습니다. 붕괴 당시 잔해 일부가 철로를 덮쳤고, 서울~수색 구간 경의선과 행신역 출발 KTX 운행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주변 도로도 함께 통제되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이어졌습니다.

 오후 2시 33분,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점심시간이었으면 인명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불과 한두 시간 차이로 더 큰 참사를 피했습니다. 제가 이 사고를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도 그것이었습니다. 열차나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과 겹쳤다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겁니다.

 

[사진출처 : 한겨레 - 서소문고가차도 사고 현장]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공사는 원래 다음 달 말까지 완료 후 2028년 2월 새 고가를 준공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공정률 87%라는 숫자가 '거의 다 됐다'는 방심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철거 공사는 후반부일수록 잔존 구조물의 하중 배분이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점이야말로 가장 촘촘한 안전 관리가 필요한 구간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안전 사고들을 살펴보면, 마무리 단계에서 속도를 내려다 결정적인 절차를 건너뛰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현장 실수로 마무리되지 않으려면, 침하 발견 이후 안전진단 진입 결정이 어떤 판단 근거로 이루어졌는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도심 노후 고가 철거 현장이 또 있다면 지금 당장 점검 방식부터 되짚어야 할 것입니다. 서소문에서 멈췄어야 할 사고가, 다른 현장에서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527001115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