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도쿄 외곽 소도시를 여행했을 때, 낮 시간대에 상점가를 걸어도 사람을 거의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간판은 있는데 문은 닫혀 있고, 버스 정류장엔 노인 한 분만 앉아 계셨습니다. 그때는 그냥 운이 나쁜 날이라고 넘겼는데, 이번에 나온 일본 국세조사 결과를 보고서야 그게 운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도쿄 쏠림, 숫자로 확인된 현실
2025년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국세조사(こくせいちょうさ)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 총인구는 약 1억 2,305만 명입니다. 5년 전과 비교해 309만 명 넘게 줄었고, 감소율은 2.5%입니다. 여기서 국세조사란 일본이 5년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구·가구 전수조사로, 우리나라의 인구주택총조사에 해당합니다.
수치만 보면 그냥 인구가 줄었다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통계에서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가운데 인구가 늘어난 곳은 딱 두 곳뿐이었습니다. 도쿄도와 오키나와현입니다. 나머지 45개 지역은 전부 감소했습니다.
도쿄 인구는 약 1,424만 명으로, 일본 전체 인구의 11.6%를 차지합니다. 국가 전체 인구는 줄어드는데 수도 인구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는 구조, 이게 바로 수도 집중화 현상의 핵심입니다. 이전 조사에서는 증가세를 유지했던 수도권 3현인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까지 이번에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가나가와현이 감소를 기록한 건 패전 직후 조사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출처: 일본 총무성](https://www.soumu.go.jp)).
핵심 포인트:
- 일본 총인구 약 1억 2,305만 명(2024년 10월 기준)
- 5년간 309만 명 감소, 감소율 2.5%로 직전 조사(0.7%) 대비 3배 이상 가속
- 인구 증가 지역은 도쿄도, 오키나와현 단 2곳
- 전국 기초지자체 1,719곳 중 1,558곳(90.6%)에서 인구 감소
지방 공동화, 수치 뒤에 숨겨진 구조
저는 이 통계에서 가장 눈에 걸린 부분이 가구 수였습니다. 인구는 줄었는데 가구 수는 역대 최대인 5,712만 가구를 기록했습니다. 어떻게 사람은 줄었는데 가구는 늘어날 수 있을까요.
이건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로 설명됩니다.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가 2.15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고, 도쿄는 1.88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입니다. 여기서 1인 가구 비중 확대란 단순히 혼자 사는 젊은이가 늘어났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배우자를 먼저 보낸 고령층 단독가구, 이혼이나 미혼으로 인한 중장년 단독가구까지 한꺼번에 늘어난 결과입니다. 사회 구조 전반에 걸친 변화가 숫자 하나에 압축된 셈입니다.
지방 공동화(地方空洞化)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방 공동화란 지방 도시나 농촌에서 인구와 산업이 빠져나가 지역 기능이 텅 비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가 여행에서 마주친 그 닫힌 상점들이 딱 이 개념의 풍경이었던 겁니다. 아키타현은 이번 조사에서 인구 감소율이 8.1%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아오모리현(-7.9%), 이와테현(-7.0%)이 뒤를 이었습니다. 도호쿠 지방 전체가 사람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인구 감소는 저출생 문제로만 설명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자연감소(自然減少)—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는 이미 예측된 추세였습니다. 문제는 자연감소에 더해 지방에서 수도로 빠져나가는 사회적 이동까지 겹쳤다는 점입니다.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지방은 두 배로 비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 주는 전망, 같은 길을 걷고 있는가
일본보다 먼저 저출생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통계를 볼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본의 지금 모습이 어딘가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합계출산율(TFR)이 1.2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고, 한국은 이미 그 아래로 내려간 지 오래입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하며, 인구 유지에 필요한 최소 수준은 2.1입니다. 이 수치가 1.0 아래라는 건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세대를 거듭할수록 감소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는 뜻입니다.
일본 관방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젊은 세대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 분산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도 이 말이 틀린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수십 년간 같은 처방이 반복됐는데도 수도 집중은 계속됐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이해가 됩니다. 인센티브로는 도시의 인프라, 교육, 취업 기회를 이기기 어렵다는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 고령화 지수(老齢化指数)라는 개념도 이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 지수란 0~14세 유소년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사회 유지에 필요한 생산가능인구 부담이 커집니다. 일본은 2005년 이미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한 세계 첫 번째 사례입니다([출처: 유엔 인구기금(UNFPA)](https://www.unfpa.org)).
이번 국세조사 결과가 저에게 남긴 인상은 숫자 자체보다 방향이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줄어드는 속도가 5년 만에 세 배 이상 빨라졌고, 수도권 바깥의 거의 모든 지역이 동시에 감소로 돌아섰다는 점은 다른 차원의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한국도 일본의 지금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관련 정책 동향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국 통계청이나 일본 총무성의 공식 자료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530090102441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989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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