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흘 전, 11살 아이가 직접 경찰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숨졌습니다. 이 문장 하나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신고가 4건이었고, 아이가 직접 탈출을 두 번 시도했고, 경찰도 지자체도 움직였는데, 왜 아이는 살아남지 못했을까요.
네 번의 신고가 있었지만 아이는 보호받지 못했다

[경쟁사 및 경찰]
2021년부터 시작해 사망 직전까지,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세 아동 A군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모두 4건이 접수되었습니다. 첫 신고는 취학연령이 됐는데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고, 이후 취학의무유예가 승인되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취학의무유예란, 보호자의 신청에 따라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일정 기간 미룰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장애나 질병이 있는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 사건에서는 아이를 외부와 단절시키는 방패막이로 활용된 셈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제일 먼저 멈칫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 어떤 공적 시스템의 눈에도 띄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2024년에는 외할머니 B씨로부터 학대를 당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B씨는 실제로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A군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조치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A군이 태어나자마자부터 교회에서 생활했고 B씨와는 따로 살아온 탓에, 접근금지 등 후속 조치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판단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큰 허점이었는지는 이후 상황이 말해줍
니다.
두 번의 탈출과 법원의 기각
A군은 사망 직전 이틀 연속 교회 밖으로 나와 직접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먼저 인근 편의점에서 낯선 어른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다음 날에는 식당을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식당 관계자가 아이를 데리고 경찰서로 갔고, 그 자리에서 A군은 "외할머니에게 맞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진술이 나온 시점에서 경찰은 B씨에 대해 긴급응급조치를 결정·고지하고,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 임시조치를 신청했습니다. 여기서 긴급응급조치란, 아동학대 상황이 확인됐을 때 경찰이 가해자를 현장에서 즉시 분리하거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말합니다. 법원의 결정 전에도 경찰 판단만으로 발동할 수 있는 단기 조치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이 기각 결정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피해 아동이 직접 경찰서를 찾아와 진술했고, 2024년에 동일한 가해자로 인해 이미 처벌 전력까지 있었는데, 어떤 근거로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건지 지금도 납득이 안 됩니다.
지자체 역시 A군을 보호시설로 인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동의 심리적·행동적 특성상 당장 인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호시설 입소 기준에서 말하는 아동의 행동 특성이란 자해, 타해, 도주 위험 등 시설 내 공동생활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인데, 이 기준이 정작 위기에 처한 아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입니다.
| 아동학대 피해 신고 이후 보호조치 유형 | |
| 긴급응급조치 | 경찰이 가해자를 현장에서 분리하는 즉시 조치 |
| 임시조치 | 법원이 결정하는 접근금지, 격리 명령 등 |
| 피해아동보호명령 | 법원이 장기적으로 아동을 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처분 |
| 아동보호전문기관 연계 | 지자체가 전문기관에 사례를 넘겨 지속 모니터링하는 방식 |
이 네 가지 단계 중 어느 하나도 A군에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사건의 본질입니다.
시스템 구조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
A군은 5일 오후 8시 49분 의식 저하 상태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3시간여 만에 숨졌습니다. 병원 의료진이 신체에서 학대 흔적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수사에서 침대에 묶여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됐습니다. 교회 목사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되었고, 외할머니 B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아동학대치사란, 아동학대 행위가 직접적 원인이 되어 아동이 사망한 경우 적용되는 혐의로, 단순 아동학대보다 훨씬 무거운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죄목입니다. 처벌은 무거워졌지만, 처벌이 있었다고 해서 아이가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이 사건을 보면서 계속 걸리는 것은 각 기관이 "판단 자체를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판단은 했는데 제도가 그 판단을 실행할 수 없게 막은 것인지"입니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연계하는 데 적합한 시설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은 이미 아동보호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온 문제입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시설이 없으니 인계할 수 없고, 인계하지 못하니 아이는 위험한 환경에 남겨지는 구조입니다.
법원의 임시조치 기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법원이 임시조치를 검토할 때는 재범 위험성, 피해 아동과의 관계, 가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 판단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판단이 얼마나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이뤄지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국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23년 기준 4만 건을 넘어섰지만, 법원의 임시조치 인용률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아동권리보장원)
저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담당자들의 판단 실수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두 번이나 스스로 탈출해서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사실, 그런데도 시스템이 아이를 다시 위험한 곳으로 돌려보냈다는 사실은, 제도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천안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시했고, 경찰도 엄정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그 말들이 공허하게 끝나지 않으려면, 이번 사건의 단계별 대응을 낱낱이 공개하고 어디서 무엇이 실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아이를 살릴 기회는 네 번이나 있었습니다. 다음 아이에게는 그 기회가 한 번도 허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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