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올해 1분기에만 3조 8989억 원 적자를 냈습니다. 5년 가까이 이어온 흑자 기조가 단숨에 무너진 것인데, 문제는 이게 예고 없이 터진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이 숫자를 보는 순간 솔직히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5년 흑자가 한 분기 만에 무너진 배경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를 이어왔다고 해서 구조가 튼튼했던 건 아닙니다. 수치 변화를 살펴보면 그래프가 절벽처럼 내려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며, 제 경험상 이런 추세는 단순히 경기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습니다.
| 연도 | 건강보험 재정 흑자 추이 |
| 2021년 | 2조 8229억 원 |
| 2023년 | 4조 1276억 원 |
| 2024년 | 1조 7244억 원 |
| 지난해 | 4996억 원 |
당기수지(當期收支)란 해당 기간의 수입에서 지출을 뺀 순수한 재정 성과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그 해에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으면 마이너스가 됩니다. 올해 1분기 수입은 22조 4416억 원이었는데, 지출은 26조 3405억 원이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3조 8989억 원이 구멍 난 셈입니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2월에 수립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는 올해 수입 111조 5000억 원, 지출 111조 8000억 원으로 3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1분기 실적만 봐도 이미 그 예측을 한참 웃돌고 있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의료 이용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 증가 속도를 압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과체계의 민낯, 어디가 문제인가
그렇다면 수입 구조는 과연 공정하게 설계되어 있을까요? 저는 개편 논의에 참여하면서 이 질문을 몇 년째 붙들고 있습니다.
부과체계(賦課體系)란 건강보험료를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매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제도적 틀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구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험료를 산정합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여전히 불균형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논의 과정에 참여해 봤는데,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같은 금액의 강의료를 받더라도 직장가입자는 연간 2000만 원의 공제가 적용되어 보험료를 내지 않을 수 있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체 소득에 보험료가 매겨집니다. 동일한 소득, 다른 세금. 이걸 어떻게 형평성 있는 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개선이 필요한 핵심 지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장가입자 보수 외 소득(이자·배당·임대소득 등)에 적용되는 연간 2000만 원 공제 기준 조정
-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일용근로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사각지대 해소
- 2018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보험료 상한 기준 현실화
- 직장가입자 보수에만 적용되는 정산제도의 형평성 검토
2018년과 2022년 개편을 통해 자동차 보험료가 폐지되고 재산 보험료 부담이 완화된 것은 분명한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회적 수용성을 이유로 후속 과제로 남겨둔 부분들이 지금 재정 공백의 일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정부는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직장가입자의 월급 외 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가,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하루 전날 회의를 연기했습니다. 건정심(健康保險政策審議委員會)이란 건강보험료율, 급여 기준, 수가 등 건강보험의 핵심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정부와 가입자, 의약계가 함께 참여합니다. 여론을 의식한 연기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재정 적자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논의 자체를 미루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는 의문입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지속가능성, 지금 결정해야 할 것들
그럼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어디로 향할까요?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7년엔 8000억 원, 2028년엔 1조 6000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해마다 확대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누적 수지(累積收支)란 과거부터 쌓아온 흑자 총액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말 30조 2217억 원이었던 것이 올해 1분기 만에 26조 3228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이 적립금이 소진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도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립니다.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도 변수입니다. 건강보험료 수입은 가입자들의 소득과 고용 상황에 직접 연동되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면 수입도 함께 줄어듭니다. 지출은 반대로 경기와 무관하게 의료 이용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구조적으로 좋지 않은 조합입니다.
제 경험상 부과체계 개편은 특정 계층의 부담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소득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아주 단순한 원칙의 문제입니다. 2018년과 2022년이 그 원칙을 향한 첫걸음이었다면, 지금은 나머지 거리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 여론이 불편하다고 논의를 계속 미루면, 결국 더 큰 충격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보험은 병원비 앞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든 안전망입니다. 그 안전망이 계속 제 역할을 하려면 공정한 수입 구조와 효율적인 지출 관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재정 수치는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이 제도를 보완할 마지막 적기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우리 모두가 이 논의의 당사자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 머니투데이 더바이오 기사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