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임금 협상 같지만, 이 사안을 들여다볼수록 노조, 주주, 경영진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손배소송 카드를 꺼낸 주주단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파업 국면에서 사측이나 정부가 나서는 건 익숙한 풍경인데, 주주단체가 직접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하고 나온 건 제가 기억하는 한 꽤 이례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조의 파업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회사의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제삼자 권리침해' 법리에 근거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제삼자 권리침해 법리란, 불법 행위로 인해 직접 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제삼자, 즉 주주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고용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파업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우리도 피해자"라는 논리입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사측을 향한 경고도 함께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파업이 없더라도 경영진이 단기 위기를 모면하려고 무리한 성과급 협약을 체결하면 상법상 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표소송이란 주주가 경영진의 잘못을 이유로 회사를 대신해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 방식입니다. 결국 이번 주주단체의 입장은 "노조도, 경영진도 주주 이익을 함부로 건드리면 법적으로 맞서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성과급 15%가 만들어내는 숫자들
이번 분쟁의 출발점은 숫자입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이미 57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30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출처: 삼성전자 IR](https://www.samsung.com/sec/ir/financial-information/financial-results/)). 노조 요구대로라면 전체 성과급 재원은 약 45조 원, 반도체 부문 직원 1인당 약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이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숫자를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드는데, 하나는 "역대급 실적이니 나눠야 하지 않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업이익 전체 대비 15%는 너무 크지 않냐"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약 1억 5800만 원 수준인데, 여기에 6억 원짜리 성과급이 더해진다면 총 보상(Total Compensation), 즉 기본급과 각종 성과급, 복리후생을 모두 합산한 실질 보수가 수직으로 치솟는 구조가 됩니다.
핵심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노조 요구: 기본급 7% 인상,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 확보, 성과급 상한 폐지
- 회사 규모: 2025년 1분기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 연간 300조 원 전망
- 1인당 환산 성과급: 반도체 부문 기준 약 6억 원 (노조 요구 기준)
- 현재 평균 연봉: 약 1억 5800만 원
주주 배당권 vs 노동 분배, 누가 옳은가
제 경험상 이런 논쟁은 양쪽 다 '틀리지 않은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골치 아픕니다.
주주운동본부가 문제 삼는 건 영업이익 비례 방식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구조 자체입니다. 이 방식은 회사가 생산과 판매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자본 효율성이나 주주 기여분이 빠진 채 임직원에게 먼저 배분되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주주운동본부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EVA란 영업이익에서 자본 사용 비용을 차감해 실질적으로 기업이 창출한 가치만을 측정하는 지표로, 주주가 투자한 자본의 기회비용까지 반영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편 삼성전자 이사회 신제윤 의장도 사내게시판을 통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수백억 달러의 수출 감소, 수십조 원의 세수 손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GDP 하락 등 국가 경제 전반에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거시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전면에 내세운 것인데, 저는 이 발언이 협상 테이블에서의 압박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허투루 들을 수 없는 경고라고 봤습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의 20% 안팎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https://www.kita.net/)).
이 싸움이 남기는 진짜 질문
제가 이 사안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가장 걸리는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노사 협상이나 주주 소송 같은 표면적 다툼이 아니라, 기업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영업이익 비례 방식은 직관적이지만, 자본 배분의 논리를 무시합니다. 반면 EVA나 ROE(자기자본이익률) 기반 방식은 주주 친화적이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낸 직원들의 기여를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ROE란 기업이 주주로부터 맡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자본 효율성이 좋다고 평가됩니다.
주주운동본부가 제안한 것처럼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공론화하고, 국회 차원의 논의 구조를 만드는 건 단순히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업 성과급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느냐는 장기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노사 갈등으로 보면 절반밖에 못 보는 셈입니다. 실적이 좋을수록 '누가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가'를 둘러싼 싸움이 더 치열해진다는 것, 그게 지금 삼성전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이번 파업 예고를 계기로 삼성전자 성과급 체계가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주주운동본부의 법적 대응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지 주시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든, 파업이 강행되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논의는 삼성전자 한 곳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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