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필통 안에 모나미 볼펜 한 자루 없던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그 153 볼펜을 수백 자루는 써봤을 겁니다. 그 모나미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으로 뭉쳐 주가를 25% 넘게 끌어올렸고, 사장이 자필 편지까지 쓰는 일이 생겼습니다.
상장폐지 위기, 왜 갑자기 터진 걸까
혹시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이 올해부터 바뀐 걸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이 사태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찾아봤습니다.

2025년 7월 1일부터 코스피 시가총액 요건이 기존 200억 원 미만에서 300억 원 미만으로 상향됐습니다. 여기서 시가총액이란 상장된 주식 수에 현재 주가를 곱한 값으로, 그 기업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전체 가치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회사를 통째로 사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30거래일 연속으로 시총이 300억 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이후 90거래일의 유예기간 안에 45거래일 연속으로 300억 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갑니다. 모나미의 시총은 규정 시행 직전인 7일 248억 원, 8일 259억 원으로 기준선을 밑돌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관리종목이란 재무 상태나 유동성 등에 문제가 생긴 종목을 거래소가 별도로 구분해 투자자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는 제도입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신용거래나 대주거래가 제한되고, 기관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주가에 추가 하락 압력이 생깁니다. 개정된 코스피 상장유지 요건은 한국거래소 공식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거래소]
애국 테마, 감동인가 위험인가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한성기업 사례를 먼저 짚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커뮤니티 반응을 지켜봤는데, 분위기가 정말 독특했습니다.
한성기업은 25년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온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크래미 사주기' 운동이 번졌고, 9일과 1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 흐름이 모나미로 옮겨붙은 겁니다. "국민 볼펜은 국민이 지켜야 한다", "배당도 주는 착한 기업을 망하게 둘 수 없다"는 문장들이 주식 커뮤니티를 달궜고, 9일 종가 기준 시총은 323억 원으로 반등했습니다. 10일에는 장 초반 23%대 급등하며 시총 4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송재화 모나미 사장이 SNS에 직접 자필 감사 편지를 올린 것도 화제였습니다. 저도 그 글을 읽었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 됐다"는 표현에서 진심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저는 한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이런 집단 매수 움직임은 단기 수급 쏠림 현상에 가깝습니다. 수급 쏠림이란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감동적인 스토리가 촉매 역할을 했지만, 기업 펀더멘털(Fundamentals), 즉 매출·영업이익·성장성 같은 기업의 실질적 체력이 개선된 건 아닙니다.
이번 모나미 급등에서 체크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장폐지 기준선(시총 300억 원)을 일시적으로 넘겼지만, 30거래일 연속 유지가 관건
- 기업 경영상 실질적 호재는 없는 상태에서 수급만으로 주가가 오른 구조
- 개인투자자 중심의 단기 매수세는 언제든 이탈로 전환될 수 있음
- 2019년 노재팬 운동 당시 애국 소비 수혜를 받았던 기업이라는 상징성
모나미의 진짜 숙제, 실적과 전망
솔직히 이 부분이 제가 가장 관심 있게 본 대목입니다. 주가가 올랐다고 회사가 좋아진 건 아니니까요.
모나미는 1967년 설립된 문구 전문 기업으로, 필기구와 회화구류 중심의 문구 사업 외에 삼성전자 국내 총판으로서 잉크카트리지와 토너를 공급하는 컴퓨터 소모품 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문구 사업이 구조적 침체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필기구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이고, 최근 3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다 올해 1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여기서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ODM이란 제조사가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고, 의뢰한 브랜드 이름을 붙여 납품하는 방식입니다. 모나미는 화장품 ODM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현재 해당 공장 가동률은 약 2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가동률이 20%대인 신사업은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손익분기점이란 수익과 비용이 정확히 같아져 이익도 손실도 없는 지점을 말합니다.
학령인구 통계를 보면 위기감이 더 실감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학령인구(6~21세)는 2020년 약 796만 명에서 2030년에는 600만 명대 초반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처: 통계청] 필기구 시장의 핵심 소비층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 흐름을 모나미가 화장품 ODM으로 얼마나 빠르게 상쇄할 수 있는지가 주가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할 겁니다.
이번 급등이 모나미에게 시간을 벌어준 건 분명합니다. 상장폐지 위기를 일단 벗어난 덕분에 사업 전환에 집중할 여건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주주들의 응원이 기업의 수익성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상황을 보며 드는 생각은, 모나미가 지금 받은 응원만큼의 실적으로 보답할 수 있는지가 진짜 질문이라는 겁니다. 단기 급등 이후 주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면서 기업의 본질적인 체력 개선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일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분석과 경험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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