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드론 방어를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드론이 날아오면 미사일로 쏴 떨어뜨리면 되지 않나"라고요. 그런데 수치를 들여다보니 이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바로 드러났습니다. 수만 달러짜리 드론을 수억 원짜리 미사일로 막는 구조는, 결국 방어하는 쪽의 탄약고가 먼저 바닥나는 게임입니다. 그 계산을 뒤집으려는 무기들이 올해 판버러 에어쇼를 전후해 잇달아 등장했고, 저는 그 흐름이 꽤 진지하게 읽혔습니다.
초음속 요격과 HPM 무기, 숫자로 보면 달라 보이는 것들
엑스보시스템스(X-Bow Systems)가 공개한 버클러(Buckler)는 대당 가격을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5천만 원 밑으로 맞춘 지대공 요격체입니다. 지대공 미사일이란 지상에서 발사해 공중 목표물을 격추하는 미사일을 뜻합니다. 버클러가 겨냥하는 표적은 이란제 샤헤드-136(Shahed-136) 같은 그룹 3 무인기입니다. 그룹 3 무인기란 미군 분류 기준상 최대 이륙 중량 600파운드(약 272kg) 이하, 비행고도 18,000피트(약 5,500m) 이하의 중형 자폭 드론 계열을 의미합니다. 샤헤드-136의 추정 단가가 2만~3만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버클러 한 발로 한 대를 잡는 구조에서도 비용 격차는 3~5배로 줄어듭니다. 기존 요격 미사일들이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를 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접근입니다.
MBDA는 같은 판버러 에어쇼에서 SL-ASRAAM과 CMI 미사일을 하나의 이동식 플랫폼에 얹은 다층 방공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SL-ASRAAM(Surface-Launched Advanced Short Range Air-to-Air Missile)은 영국 공군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량한 것으로, 마하 3.5의 속도와 15~20km 유효 사거리를 갖춥니다. 이 미사일에는 IIR(Imaging Infrared) 탐색기가 탑재됩니다. IIR 탐색기란 적외선 영상으로 표적의 열 신호를 포착해 기만 장치와 실제 목표물을 구분하는 유도 장치로, 플레어 같은 교란 수단에 쉽게 속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반면 CMI(Cost-effective Mass Interceptor)는 이름 그대로 대량 요격을 위해 가격을 극도로 낮춘 소형 미사일로, 하나의 발사대에 훨씬 많은 수량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전투 관리 시스템이 표적의 크기와 위협 수준을 자동 분류한 뒤, 싼 드론 떼에는 CMI를, 전투기나 순항 미사일에는 SL-ASRAAM을 자동 배정합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좀 영리한 설계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가 미사일을 저가 표적에 낭비하는 문제를 시스템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막는 방식이니까요.
여기서 비용 비대칭(Cost Asymmetry) 문제를 짚어두겠습니다. 비용 비대칭이란 공격 측이 방어 측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방어 체계를 소진시킬 수 있는 구조적 불균형을 뜻합니다. 현대 분쟁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이미 여러 전장에서 확인됐습니다. 방어하는 쪽이 이 불균형을 깨지 못하면, 탄약이 먼저 바닥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무기들의 핵심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버클러: 요격 단가 10만 달러 이하로 낮춰 비용 비대칭 격차를 축소
- MBDA 다층 시스템: 표적 분류 자동화로 고가 미사일 낭비를 구조적으로 차단
- MORFIUS X-Rotor: HPM 방식으로 한 번 출격에 드론 50대 이상 무력화, 소모성 탄약 없이 재사용 가능
HPM 무기가 왜 게임체인저인지, 실제로 계산해 보면 보입니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공개한 MORFIUS X-Rotor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HPM(High Power Microwave), 즉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드론 요격 체계입니다. HPM이란 강력한 전자파를 집중 방사해 드론 내부 회로를 태워 무력화시키는 기술로,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데우는 원리와 유사하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미사일처럼 소모되는 탄약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번 출격해 50대 이상의 드론을 순차적으로 무력화한 뒤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Lockheed Martin]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한 번 더 읽었습니다. 50대 이상을 한 번 출격에 잡고, 다시 쓸 수 있다는 말은 요격 단가 계산 자체를 바꿔버립니다. 미사일 한 발이 드론 한 대를 잡는 구조에서, 전자파 한 번이 드론 수십 대를 잡는 구조로 넘어가는 셈입니다. 또한 MORFIUS는 특정 센서나 지휘통제체계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설계를 채택했습니다. 어떤 부대의 기존 방어망에도 별도 개조 없이 연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현장 배치 유연성이 훨씬 높습니다.
같은 날 미 공군과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국방고등연구계획국)는 F-16 전투기에 자율비행 키트를 탑재해 AI가 비행 대부분을 제어하는 시험 비행을 성공시켰습니다. [출처: Stars and Stripes] DARPA란 미 국방부 산하에서 미래 전쟁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을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험이 눈에 띄는 이유는 새 기체를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양산형 F-16에 키트만 얹었다는 점입니다. 스위치 하나로 사람 조종과 AI 조종을 오가는 구조로, 유사시 조종사가 언제든 조종권을 되찾을 수 있는 안전장치도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됐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기존 자산에 덧붙이는' 방식이 실전 배치 속도를 가장 빠르게 끌어올립니다. 새로 사는 것보다 있는 걸 빠르게 고쳐 쓰는 나라가 다음 전장에서 먼저 움직인다는 현실이 여기서도 보입니다.

2022년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투했을 때 우리 군이 단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던 일을 저는 아직도 생각합니다. 그때 드러난 문제는 장비 부족만이 아니었습니다. 미사일 중심의 요격 체계는 수량이 많은 드론 떼 앞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버클러, MBDA 다층 시스템, MORFIUS가 공통으로 겨냥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값싸고 반복 사용 가능한 요격 수단 없이는, 물량을 앞세운 드론 포화 공격에 탄약고가 버텨내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무기들이 모두 실전 배치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시험과 양산 사이의 간극은 늘 생각보다 넓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드론 한 대를 미사일 한 발로 막던 방정식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고, 그다음 방어선을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하는 나라가 먼저 앞서 나갑니다. 우리 군과 방위사업청이 새 무기를 도입하는 데 앞서, 지금 보유한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똑똑하게 개량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할 시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고 : https://www.yna.co.kr/view/AKR202607221563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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