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IRA가 그냥 미국판 연금저축 계좌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노후 준비용으로 조금씩 넣어두는 계좌라고요. 그런데 1000원짜리 주식이 996억이 됐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이 계좌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일반 근로자와 슈퍼 리치가 같은 제도를 완전히 다르게 활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같은 계좌, 전혀 다른 용도
IRA, 즉 개인퇴직계좌(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는 본래 미국 일반 근로자들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설계된 제도입니다. 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투자소득과 매매 차익에는 매년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릅니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IRA 잔액이 2500만 달러(약 366억 원) 이상인 계좌 보유자가 1000명을 넘었고, 이는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IRA와 401(k)를 합산해 1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도 약 200명으로 추산됩니다. [출처: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

401(k)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후원형 퇴직연금 계좌로, 직장인이 급여 일부를 세전으로 적립하고 고용주가 일부를 매칭해주는 방식입니다. IRA와 마찬가지로 계좌 내 운용 수익에 대한 세금이 이연되거나 면제됩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어떻게 퇴직계좌에 수백억이 들어가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연간 납입 한도가 정해진 계좌에서 이런 금액이 쌓이려면, 단순히 꾸준히 납입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비밀은 비상장기업 주식에 있었습니다.
핵심 사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로블록스 창업자 그레고리 바주키: 상장 전 주당 72센트에 약 200만 주를 IRA에 편입, 계좌 자산을 최소 6800만 달러로 불림
- 엔비디아 이사 텐치 콕스: 엔비디아·스노플레이크 주식을 퇴직계좌에 보유해 세제혜택 자산을 약 20억 달러 이상 축적, 계좌 내 엔비디아 주식 2억 3700만 달러어치를 비과세로 매각해 세금 4000만 달러 이상 절감
절세 구조와 제도의 허점
이 전략의 핵심은 비과세 환경에서의 자본 이득(Capital Gain) 실현입니다. 자본 이득이란 자산을 취득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았을 때 발생하는 차익을 말합니다. 일반 계좌라면 이 차익에 최대 20%가 넘는 세율이 적용되지만, IRA 안에서는 해당 세금이 발생하지 않거나 인출 시점으로 이연됩니다.
여기서 전략이 시작됩니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 즉 주식 가치가 극히 낮을 때 해당 주식을 IRA에 넣어두면 취득 가격 자체가 미미합니다. 이후 기업이 상장(IPO)되거나 급격히 성장하면 계좌 내 자산 가치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IPO란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 판매하는 절차로, 비상장 시절 주가와 상장 후 주가의 차이가 수백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구조가 제도의 '허점'이기 이전에 설계 자체의 맹점이라고 봅니다. 결국 퇴직계좌에 담을 수 있는 자산의 종류를 처음부터 제한하지 않은 게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미국 기업 세법 전문 변호사 스티브 로젠탈은 이를 "노후 준비 수준이 아니라 요트를 사거나 부를 대대로 물려주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이 발언이 공론화되면서 정치권도 움직였습니다.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상원의원과 리처드 닐 하원의원은 IRA 잔액이 1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연령과 관계없이 매년 일정 금액을 의무 인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출처: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
RMD(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즉 의무 최소 인출이란 퇴직계좌 잔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해당 금액의 일부를 강제로 인출하게 하는 규정입니다. 기존에는 특정 연령 이후에만 적용됐는데, 이번 법안은 잔액 기준으로 그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참고할 부분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실제로 떠올린 건 국내 퇴직연금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였습니다. IRP란 국내 근로자가 퇴직 시 받는 퇴직급여를 적립하고 운용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납입금 일부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조 자체는 미국 IRA와 비슷합니다만, 편입 가능한 자산의 범위나 활용 전략 면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그렇다면 비상장주식 투자나 수십억 달러 계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반 투자자에게 이 뉴스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를 봤습니다.
첫 번째는 "싸게 담고 오래 기다린다"는 원칙입니다. 슈퍼 리치들이 IRA를 극한으로 활용한 방식의 본질은 결국 저가 매수와 장기 보유입니다. 상장 전 초저가에 담아 수십 년을 기다렸을 때 나오는 결과입니다.
두 번째는 현 시장 상황에서의 신중함입니다. 하루 변동폭이 7~8%에 달하는 장세는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환경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에서 감정적으로 매수에 나섰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을 때를 베어 마켓(Bear Market), 즉 약세장이라고 부르는데, 실제 저점 매수 기회는 이 구간을 훨씬 지난 -30% 이후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할매수 전략을 쓴다면 다음 구조가 현실적입니다.
- -10~15%: 준비 자금의 20% 선매수
- -20%: 추가 20% 매수
- -25%: 추가 20% 매수
- -30% 이상: 잔여 자금 전량 투입
- 대상: 나스닥 또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QQQ, SPY 등), 국내라면 KODEX200
ETF(Exchange Traded Fund)란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개별 종목보다 분산 효과가 크고, 슈퍼 리치가 아닌 일반 투자자가 지수 전반에 투자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입니다.
지금 당장 뭔가 사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조급함에서 나온 매수 결정이 나중에 제일 아쉬운 결정이 되더라고요. 슈퍼 리치들이 IRA를 통해 증명한 것도 결국 같은 원칙입니다. 기다림을 이길 전략은 없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5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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