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후 일본을 향해 이동한 유조선이 68척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중 절반 가까운 33척이 중동산 원유를 실었고, 다시 그중 15척은 말레이시아나 인도 해역에서 원유를 옮겨 실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가능한 구조인가' 싶었습니다.
봉쇄 속에서도 움직이는 원유: 해상 환적의 실체
유럽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Kpler)의 선박 운항 데이터를 보면, 일본 정유사들이 선택한 방식이 꽤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케플러란 선박의 위치, 화물, 항로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분석하는 해운 전문 데이터 플랫폼으로, 에너지 업계에서 시황 판단의 근거 자료로 널리 활용됩니다.
일본 최대 정유사 중 하나인 에네오스 홀딩스 산하 해운사의 유조선 '에네오스 드림'은 지난달 21일 말라카 해협에서 한국 유조선과 나란히 붙어 UAE산 원유 약 180만 배럴을 넘겨받았습니다. 그 한국 유조선은 같은 달 10일께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구에서 출발한 선박이었습니다. 이 방식이 바로 해상 환적(Ship-to-Ship Transfer, STS)입니다. STS란 두 선박이 공해상에서 나란히 접안한 채 호스를 연결해 화물을 직접 옮기는 작업으로, 항구 기항 없이 화물을 이전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통상 2~3일이 소요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반대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산 원유를 아프리카 희망봉 경로로 일본까지 수송하면 50일 이상이 걸리고, 그에 따른 용선료와 보험료 부담을 감안하면 STS를 통한 중동산 수송 비용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제가 직접 에너지 물류 비용 구조를 들여다봤을 때도 '단순히 비싸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일본이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에는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문제도 있습니다. AIS란 선박이 자신의 위치, 속도, 항로 정보를 자동으로 송신하는 장치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위험 해역을 통과할 경우 이 신호가 그대로 노출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일본에 도착한 LNG 운반선 무라웨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전후 AIS 신호를 끈 상태로 항행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일본 선박이 위험 해역 직항 대신 중간 환적을 선택하는 이유가 단순히 비용만은 아닌 셈입니다.
이 대목에서 짚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호르무즈 봉쇄 이후 일본행 유조선 68척 중 중동산 원유 추정 선박은 33척
- 그중 15척은 말레이시아·인도 해역에서 STS(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원유 이전
- 에네오스 드림은 말라카 해협에서 한국 유조선으로부터 UAE산 원유 180만 배럴 인수
- 희망봉 우회 수송(50일 이상) 대비 STS 방식이 비용 효율적인 것으로 분석
([출처: 케플러(Kpler) 해운 데이터 분석](https://www.kpler.com))
LNG 수송 재개와 이란의 '통제 서사': 어떻게 볼 것인가
봉쇄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LNG 운반선이 18일 일본 지바현 후쓰항에 입항했습니다.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소속 무라웨호로, 일본 최대 발전사 제라(JERA)의 LNG 수입 시설을 목적지로 삼았습니다. LNG(액화천연가스)란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으로,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 선박 수송이 가능하도록 한 연료입니다.
이 소식만 보면 '봉쇄가 풀리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실제로 그렇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지점에서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케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중동산 LNG 물량은 2월 월간 수송량의 약 4%에 불과합니다. 무라웨호의 입항이 제한적 재개의 신호탄일 수는 있어도, 정상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호르무즈 섬 남쪽 진입 구역부터 라라크섬 남쪽 진출 구역까지 통제가 아무런 차질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일본, 파키스탄 등 동아시아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유럽 국가들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과 협상에 착수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IRGC 해군이란 이란 정규군과 별도로 운용되는 혁명수비대 소속 해군 조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통제 주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보도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갈립니다.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온전히 쥐고 있으며, 각국이 이란의 조건 아래 협상을 통해 통과권을 얻고 있다는 쪽으로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반면 저는 이 보도가 이란의 협상력을 과시하기 위한 '통제 서사 관리'의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어느 유럽 국가가 협상에 나섰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제가 직접 국제 에너지 동향을 꾸준히 추적해온 경험상, 이런 식의 모호한 발표는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입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https://www.eia.gov)). 여기서 말하는 해상 수송량 비중이란 전 세계 원유 총 생산량이 아닌, 실제 선박으로 운송되는 물량 기준입니다. 이 해협 하나가 막혔을 때 일본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느끼는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숫자만 봐도 가늠이 됩니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의 빠른 적응력이었습니다. STS 환적이라는 비상 수단을 즉시 가동했고, LNG 운반선은 AIS를 끄고 호르무즈를 통과했으며, 정유사들은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실전에 옮기고 있습니다. 이란이 협상 카드로 해협을 활용하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에너지 수급 상황도 함께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에너지·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51618565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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