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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레버리지 ETF 사태 (서킷브레이커, 경질, 코리아디스카운트)

by SpargoNet 2026. 7. 31.

 사상 최초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됐습니다. 제가 처음 이 뉴스를 봤을 때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비상사태에나 나올 법한 조치가 이틀 연속이라니, 이게 과연 정상적인 시장 상황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킷브레이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란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격히 폭락할 때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 과열이나 패닉 셀링을 막기 위한 비상 브레이크인 셈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모두에서 동시 발동된 것 자체가 처음인데, 이것이 이틀 연속으로 이어졌다는 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는 신호였습니다.

 코스피는 5,000선이 무너질 위기까지 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고점 대비 4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실적과 주가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따로 노는 상황을, 저는 투자를 시작한 이후 처음 경험했습니다. 펀더멘털(기업 실적 등 내재 가치 지표)이 이 정도로 탄탄한 기업들의 주가가 이렇게 무너진다면, 원인은 외부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폭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입니다. 레버리지 ETF란 특정 지수나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시장이 오를 때는 수익이 배가 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강제 청산 물량이 쏟아져 시장 하락을 더욱 가속화하는 구조를 지닙니다. 이 상품이 시장 불안과 맞물리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번에 전 국민이 몸으로 배웠다고 봅니다.

 

경질 요구, 과연 정당한가

 

 정치권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야권에서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세 사람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김용범 정책실장이 남미 순방 중에 "우리나라만 급락한 것이 아니다", "레버리지 ETF만이 원인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레버리지 ETF 사태
[레버리지 ETF 사태 - YTN]

 


 저는 이 발언을 들었을 때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사실관계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친 것도 맞고, ETF 하나만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타이밍과 맥락이었습니다. 개미투자자 계좌가 파란색으로 물든 그 순간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하면, 그건 사실 확인이 아니라 책임 회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이 시장에 출시될 때 사전 리스크 관리 체계가 충분했는지, 행정지도나 사전 경고 조치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습니다. 비판이 쏟아진 뒤에야 고개를 숙인 것은, 제 경험상 사후 수습에 불과합니다.

 야당이 요구한 경질이 실질적인 해법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담당자를 교체한다고 제도적 공백이 메워지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사태가 오기까지 눈에 띄는 대응이 없었다는 비판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구조적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사태에서 자주 언급된 개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내 기업의 실적이나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속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이번 레버리지 ETF 사태는 그 원인 중 하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를 지켜야 할 금융당국이 위기 상황에서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을 기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폭락 구간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합니다.

 개혁신당에서 제기한 국민연금 활용 의혹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약 2,200만 명의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으로 [출처: 국민연금공단] 시장 안정화 목적의 매수에 동원될 경우 수익률과 독립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전 주가 방어용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은 아직 입증된 바 없습니다만, 이런 의혹 자체가 나온다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시장이 정치적 의도에 좌우될 수 있다는 불신이 쌓이면 장기 투자 매력은 그만큼 떨어집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논의되어 온 주요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 대주주가 경영권 확보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할 때 일반 주주에게도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 레버리지 파생상품 규제 정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상품의 판매 기준 및 리스크 관리 강화
- 금융당국 독립성 강화: 시장 개입의 기준과 절차를 명문화하여 정치적 영향력 차단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민의힘이 '레버리지 ETF 도입은 범죄행위'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국회 논의보다 정치 공방이 먼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개미투자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그렇다면 우리, 즉 직접 계좌를 들여다보며 손실을 감내한 개인투자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며 변동성 지수(VIX)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VIX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산출하는 지표로,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 변동성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흔히 '공포 지수'라고도 불리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폭락 구간에서 글로벌 VIX도 높게 형성됐지만, 국내 시장의 낙폭이 유독 컸다는 점은 레버리지 ETF로 인한 강제 청산 물량이 실제로 하방 압력을 키웠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 레버리지 ETF 관련 개인투자자 피해 추정액이 56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이 수치가 정확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규모가 개인 수준이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이번 폭락 구간을 겪으면서 느낀 건, 제도적 안전장치를 믿었던 것 자체가 너무 순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위험 파생상품이 시장에 풀렸을 때 이를 제어할 행정지도나 사전 조치가 왜 없었는지,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아무리 분산 투자를 하고 리스크를 관리해도, 시장 구조 자체에 폭탄이 내장되어 있다면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사태가 정치 공방으로 소비되고 끝난다면, 같은 일은 반드시 반복됩니다. 경질이든 제도 개선이든,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느냐입니다. 담당자 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고, 지금 그 시스템을 고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과 본인의 판단에 따르시기 바랍니다.


참고 : https://m.ytn.co.kr/news_view.php?key=202607302217278286&s_mcd=0101#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