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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삼성 파운드리 반등으로 가나? (수주잔고, TSMC 병목, 흑자전환)

by SpargoNet 2026. 7. 4.

 삼성 파운드리의 중장기 수주 잔액이 50조 원에 육박한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설마 이게 진짜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 파운드리 하면 수율 문제와 고객 이탈 얘기가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테슬라에 이어 앤트로픽, 메타까지 줄을 서고 있다는 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신호가 아닙니다.

앤트로픽과 메타, 왜 삼성을 택했나

 

삼성 파운드리 반등으로 가나?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앤트로픽이 자체 AI 칩 개발을 위한 초기 작업을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타사의 설계 도면을 받아 칩을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 제조 사업을 말합니다. 삼성은 이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에 밀리며 고전했지만, 최근 흐름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이 검토 중인 공정은 삼성 파운드리의 최선단 공정인 2나노입니다. 2나노 공정이란 반도체 회로 선폭을 2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수준으로 줄인 초미세 제조 기술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전력 효율과 연산 성능이 크게 향상됩니다. 현재 업계에서 상용화를 앞둔 가장 진일보한 공정 중 하나입니다. 제가 반도체 관련 소식을 꾸준히 팔로우해온 입장에서 보면, 앤트로픽이 이 공정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가격 협상이 아니라 기술적 판단이 깔린 결정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메타 역시 같은 방향입니다. 자사 AI 가속기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 3세대부터 삼성 파운드리로 파트너를 바꾸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으며, 계약 규모는 10조 원 이상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서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이란 특정 용도에 특화해 설계된 주문형 반도체를 의미합니다. 범용 GPU와 달리 원하는 연산에 최적화할 수 있어 전력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핵심 카드로 쓰고 있습니다.

 삼성이 이 두 고객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순히 "TSMC가 바빠서"만은 아닌,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이 있습니다.

TSMC 병목이 만든 기회, 그리고 삼성의 패키징 카드

 TSMC의 선단 공정(2나노·3나노)에는 이미 애플, 퀄컴, 엔비디아, 구글 등 쟁쟁한 고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공정까지 병목이 심각합니다. CoWoS란 메인 프로세서 칩과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하나의 기판 위에 가깝게 붙이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데이터 이동 속도를 극적으로 높여 AI 연산 병목을 줄여주는 핵심 공정입니다. 이 CoWoS 캐파(생산 능력)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칩 설계가 뛰어나도 양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업계 소식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새롭게 자체 AI 칩을 만들기 시작한 앤트로픽 같은 후발 주자가 TSMC의 선단 공정과 CoWoS 캐파를 동시에 확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존 대형 고객들이 이미 상당한 물량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의 강점이 드러납니다.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입니다. 앤트로픽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삼성의 첨단 패키징 솔루션은, 로직 칩 생산부터 HBM 공급, 패키징까지 한 번에 맡기는 이른바 턴키(Turn-key) 방식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복잡한 공급망을 일원화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앤트로픽의 시리즈 H 투자 라운드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했고, 앤트로픽이 당시 "로직 칩"을 언급했던 것은 지금 돌아보면 꽤 의미심장한 발언이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현재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 구성을 보면 변화의 규모가 더 실감납니다.

- 테슬라 AI6 칩: 2나노 공정, 내년 양산 예정
- 앤트로픽 자체 AI 칩: 2나노 공정 + 첨단 패키징 검토 중
- 메타 MTIA 3세대: 2나노 공정, 10조 원 이상 규모
- 딥엑스 DX-M2: 에지 AI 반도체, 2나노 공정 생산
- 엔비디아 그록3 LPU: 4나노 공정 생산 중

 이 정도면 "고객사 다변화"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흑자전환은 언제쯤,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수주 잔액이 50조 원에 육박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올해 4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건 조금 성급한 기대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인 한진만 부사장이 직접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올해와 내년 흑자 전환이 쉽지 않고 2028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수주 잔액이 늘어나는 것과 실제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것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습니다. 파운드리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수율(Yield)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전제 조건입니다. 수율이란 전체 생산된 웨이퍼 중에서 불량 없이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게 낮으면 같은 주문을 받아도 실제 출하 가능한 수량이 줄어들어 원가가 치솟습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과거 대형 고객들을 잃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수율 문제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수주 확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신규 팹의 가동 시점도 변수입니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행된 만큼 고정비 부담이 상당하고, 해당 팹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 전반의 투자 동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첨단 파운드리 공장은 가동률이 70%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에 근접하는 구조입니다. [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4나노 공정이 사실상 풀 가동 체제에 돌입했고, 2나노 고객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건 분명한 구조적 변화입니다. TSMC 병목으로 인해 밀려드는 수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 붐이라는 장기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기회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려면 결국 수율과 가동률이라는 기본기 싸움에서 결판이 날 것입니다. 수주 잔액 50조 원이라는 숫자보다 앞으로 삼성이 이 물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지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빅테크들이 줄을 세웠다고 해서 이미 이긴 게임은 아닙니다.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줄 차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의견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https://www.mk.co.kr/news/business/120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