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원짜리 관광도시 땅이 100억 원에 팔렸다면, 이게 실패한 사업의 끝인 걸까요, 아니면 아직 살아있는 사업의 위기신호일까요? 솔라시도 삼호지구 핵심 부지가 감정가의 3분의 1 수준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도 한동안 멍했습니다. 단순한 경매 사건이 아니라, 22년을 끌어온 전남 최대 개발사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8조짜리 프로젝트, 100억에 팔린 땅
솔라시도(Solaseado)는 전남 영암군 삼호읍과 해남군 산이면 일원 33.9㎢에 총 사업비 8조 2,265억 원을 투입하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입니다. 2005년 기업도시특별법에 따라 사업지로 지정됐고, 2009년 개발계획 승인 이후 22년째 진행 중인 국책급 사업이죠.
그런데 이달 초, 삼호지구 내 리조트·주택·상업시설 예정 부지 42만 5,575.6㎡(약 12만 8,736평)가 경매에서 100억 6,773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지난해 감정가였던 280억 8,800만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무려 네 차례 유찰된 끝에 5회차에서 겨우 주인을 찾은 것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8조 원 규모 사업 부지가 네 번이나 유찰됐다는 건, 시장에서 이 땅의 가치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개발 청사진'과 '시장의 현실 평가' 사이에 이렇게 큰 간극이 생긴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사업 구조를 보면 문제가 더 명확해집니다. 삼호지구 시행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서남해안레저㈜가 맡고 있는데, 여기서 SPC란 특정 사업만을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모회사와 재무적으로 분리되어 리스크를 격리하는 구조입니다. 에이스투자㈜가 지분 62.93%로 최대주주이고, 한국관광공사(19.97%)와 전라남도(16.66%)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민간 최대주주가 부지를 담보로 빌린 365억 원의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간 겁니다.
낙찰자가 태양광 업체인 이유
낙찰을 받은 곳은 전남 무안군에 본사를 둔 태양광 개발업체입니다. 관광레저도시 한복판에 에너지 개발업체가 들어온 것이죠.
이 대목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기업도시특별법상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니 사업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논리가 완전히 안심할 근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용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과, 원래 계획대로 개발이 순탄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삼호지구에서는 이미 비슷한 위기가 한 차례 있었습니다. 2024년 3월 개장한 국내 최초 활주로형 골프장 '코스모스링스CC'가 개장 6개월 만에 자금난으로 공매에 넘겨진 것입니다. 이를 650억 원에 인수한 BS그룹은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으며, 운영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여기서 공매(公賣)란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채권 회수를 위해 압류한 재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절차입니다. 일반 경매와 달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진행되며, 낙찰자의 성격에 제약이 적습니다. 코스모스링스CC가 공매로, 삼호지구 부지가 경매로 각각 매각된 것은 사업 전반의 자금 흐름이 순탄하지 않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삼호지구의 개발 차질 위험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최대주주 에이스투자㈜의 대출이자 미납으로 핵심 부지 경매 낙찰
- 코스모스링스CC 6개월 만에 공매 처분 후 운영 중단 상태
- 태양광 업체 낙찰로 관광레저 정체성 훼손 우려
- 기존 사업 3개 지구(부동·송천·초송) 이미 취소된 전례
기업도시특별법, 진짜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까
전라남도 측은 "낙찰자가 누구든 기업도시특별법상 개발 용도를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새 소유자가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싶어도, 시행사인 서남해안레저와 협의를 해야 하고, 그 이후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논리는 법적으로는 맞습니다. 기업도시특별법은 특정 용도로 지정된 부지의 용도 전환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www.law.go.kr)). 더불어 솔라시도 반경 15㎞ 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되어야 하는 별도 요건까지 있습니다. 여기서 분산에너지특구란 특정 지역에서 생산·공급·판매를 일원화한 에너지 자립 구역을 말하며, 지정 절차 자체가 까다롭습니다.
그렇다고 전남도의 말을 100% 신뢰하기엔 찜찜한 부분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법이 있어도 사업 주체가 돈이 없으면 계획은 그냥 종이 위의 그림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에이스투자㈜는 이자도 못 내고 있고, 코스모스링스CC를 인수한 BS그룹은 운영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적 보호막이 존재한다고 해서, 개발이 계획대로 완성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토교통부 기업도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지정된 기업도시 중 당초 계획대로 완성된 사례보다 중간에 구조가 변경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 솔라시도도 이미 원래 6개 지구에서 3개 지구가 취소돼 전체 면적의 약 60%가 축소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법이 지켜줄 것'이라는 말은 기대보다 의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홍콩 파크뷰와 비교하면 보이는 것
이번 솔라시도 사태를 보면서 홍콩 타이탐 일대의 고급 단지 '파크뷰'(陽明山莊)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해발 300m 산속에 있는 38년 된 아파트인데, 전용 50평 기준 510억 원대에 거래됩니다. 산속 외딴 아파트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단순합니다. 홍콩 핵심 업무지구인 센트럴·애드미럴티까지 차로 접근 가능하면서, 도심의 초고밀도 환경을 벗어난 쾌적함과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입지이기 때문입니다.
솔라시도도 처음 구상은 비슷한 방향이었을 겁니다. 도심과 떨어진 자연 속에 스포츠·레저 특화 도시를 만들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청사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파크뷰와 솔라시도의 결정적 차이는 수요 기반입니다. 홍콩은 절대적인 공급 부족과 도심 집중이 맞물려 어떤 입지든 희소성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전남 영암·해남 일대는 수도권 수요를 끌어올 만한 인프라와 배후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제가 직접 이 지역 일대를 찾아가 봤을 때, 골프장과 일부 시설은 갖춰졌지만 주변 생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리조트형 체류'를 넘어서는 정주 수요가 형성되기 어렵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분양가상한제나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규제와도 무관한 지역이지만, 규제 완화보다 수요 창출이 먼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결국 솔라시도의 미래는 법적 보호막보다 사업 주체의 자금력과 새 투자자 유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전라남도가 이의신청을 통해 낙찰 구도를 흔들려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자금난 해소 없이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2년이라는 시간과 조 단위 사업비가 투입된 사업인 만큼, 이 위기가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유찰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동향이 궁금하신 분들은 땅집고옥션과 전라남도 기업도시 공식 발표를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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