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아메리칸 비트코인 ABTC (트럼프 아들, 적자의 실체, 헛8)

by SpargoNet 2026. 5. 8.

1분기에만 817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803개를 추가 매입해 총 보유량 7021개를 손에 쥔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순손실은 8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숫자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솔직히 저는 처음에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잘하고 있는 건지, 망해가는 건지 기준이 흔들렸거든요.

트럼프 아들이 세운 비트코인 채굴사,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아메리칸 비트코인(ABTC)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공동 창업한 비트코인 채굴 전문 기업입니다. 2025년 초 설립 이후 나스닥(NASDAQ)에 상장했으며, 현재 에릭 트럼프가 최고전략책임자(CSO),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전략 고문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사업 구조를 이해하려면 핵심 파트너사인 헛 8(Hut 8)과의 관계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ABTC는 채굴 인프라와 부지, 에너지 공급을 전부 헛 8에 맡기고, 자사 자본은 오직 ASIC 채굴기 구매와 비트코인 매입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여기서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이란 비트코인 채굴 연산만을 위해 특화 설계된 전용 반도체 장비를 뜻합니다. 범용 GPU로 채굴하던 초기 시대와 달리, ASIC은 전력 효율과 연산 속도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텍사스 베가(Vega) 지역에 위치한 공동 시설이 대표적입니다. 162,000평방피트 규모에 직접 칩 액체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1분기 중 추가로 11,298대의 차세대 채굴기가 설치됐습니다. 4월 22일부터 전량 가동을 시작해 ABTC의 총 해시레이트는 28.1EH/s에 달하게 됐습니다. 해시레이트(Hashrate)란 채굴 장비가 초당 수행하는 연산 횟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더 많은 블록을 빠르게 채굴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8.1EH/s는 세계 최상위 수준의 수치입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분석했을 때 든 생각은, 인프라 리스크는 헛8이 지고 ABTC는 채굴 수익과 코인 보유에만 집중하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모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스타트업 방식으로 속도를 내기엔 최적이지만, 헛 8의 운영 상황에 ABTC의 사업 전체가 묶인다는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1200억 적자의 실체, 숫자 뒤에 뭐가 있나

1분기 순손실 8200만 달러가 나온 구체적인 이유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단순히 "적자가 났다"는 사실보다 적자의 구성 항목이 훨씬 중요합니다.

회사가 밝힌 주된 원인은 FASB 공정가치 회계 기준에 따른 비트코인 보유고 시가평가 손실입니다. FASB(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란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로, 기업 재무제표 작성 기준을 정하는 공식 기관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가치는 매 분기 말 시장가로 재평가되어 손익에 반영됩니다. 1분기 중 비트코인 가격이 22% 넘게 하락했으니, 보유 코인 7000개에 대한 장부 손실이 순손실에 그대로 잡힌 겁니다.

반면 실제 채굴 비용은 코인당 약 36,200달러로, 1분기 평균 시장 가격인 약 76,000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이상의 마진이 남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이 52%에 달하고 SG&A(판매비와관리비) 비율은 매출의 약 11%에 불과합니다. 동종 경쟁사들이 SG&A 비율 46%~134%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 구조는 업계 최상위권입니다.

ABTC가 강조하는 핵심 성과 지표는 '주당 사토시(Satoshis per share)'입니다. 주당 사토시란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 총량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주주 1인이 실질적으로 보유한 비트코인 지분을 나타냅니다. 1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1억 분의 1에 해당합니다. 이 지표가 지난해 말 554 사토시에서 1분기 말 663 사토시로 약 20% 상승했는데, 주식 수는 9% 늘어나는 동안 비트코인 보유량이 30% 증가한 덕분입니다.

ABTC의 1분기 실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트코인 채굴량: 817개 (역대 분기 최대)
- 추가 매입: 803개
- 1분기 말 총 보유량: 7,021개
- 1분기 매출: 약 6,210만 달러 (전 분기 대비 약 20% 감소)
- 1분기 순손실: 8,200만 달러 (비현금성 시가평가 손실 포함)
- 채굴 비용: 코인당 약 36,200달러 (전 분기 대비 23% 절감)

제 경험상, 이런 구조의 기업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GAAP 기준 손익보다 실제 채굴 마진과 코인 축적 속도입니다. 회계상 손실이 실제 사업 악화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외형 이익이 실질적인 가치 훼손을 가리기도 합니다. 이 회사는 전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헛8의 AI 데이터센터 계약이 바꾸는 판세

ABTC 실적 발표 당일 모회사 헛 8이 터뜨린 소식이 사실상 더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헛 8은 텍사스주 뉴에 시스 카운티 비컨 포인트(Beacon Point)에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를 우량 기업에 15년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최소 98억 달러이며, 임차인이 5년 단위 연장 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최대 251억 달러까지 불어납니다.

이 NNN 임대 방식이란 건물주가 세금, 보험, 유지보수 비용까지 모두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헛 8 입장에서는 임대료 수입만 챙기고 운영 비용 부담은 거의 없는 구조입니다. 리버 밴드(River Bend) 시설까지 합산하면 확보한 임대 계약 총액이 168억 달러, 연평균 순영업이익(NOI) 기대치는 11억 달러를 넘습니다.

이 발표 이후 헛8 주가는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은 최근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 인프라가 AI 연산에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채굴과 AI 연산 수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열리는 셈입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의 AI 전환 전략이 실제로 어떤 밸류에이션 변화를 가져오는지는 이미 시장이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의 사업 다각화 흐름에 대해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관련 공시 요건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https://www.sec.gov)).

반면 ABTC는 에릭 트럼프가 직접 "AI로 전환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비트코인 채굴과 코인 축적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저는 이 선택이 단기적으로는 헛 8과 대비되는 전략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경우 ABTC의 순수 비트코인 집중 전략은 강력한 레버리지로 작동하지만, 시세가 지지부진하면 고스란히 취약점이 됩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 ABTC
[출처 매일경제]


비트코인 채굴 산업의 장기 수익성에 대한 학술적 분석에 따르면, 채굴 원가와 시장가의 스프레드(차이)가 수익 구조의 핵심 변수이며, 이 스프레드가 유지되는 기간이 기업 가치의 핵심이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출처: CoinDesk Research](https://www.coindesk.com/research)).

결국 ABTC에 대한 판단은 비트코인의 장기 방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회계상 적자를 실패로 읽을 것인지, 코인 보유량 30% 증가를 성공으로 읽을 것인지는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는 이 회사의 전략 자체는 내부 논리가 일관되게 짜여 있다고 봅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변수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이 묶여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 입장에서 반드시 냉정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분석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 책임 하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