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전한다는 이야기, 저도 오래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총수가 파업 위기를 겨우 넘긴 직후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TSMC가 아니라 TSMC의 핵심 고객사라는 사실을 보고, 이건 단순한 영업 방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업 유보 다음 날, 왜 대만행이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1일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과 함께 대만 미디어텍 본사를 비공개 방문했습니다. 전날 밤인 20일,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관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총파업이 유보된 직후였습니다. 타이밍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정확합니다.
여기서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 없이 생산만 전담하는 위탁 제조 사업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설계는 고객이, 제조는 우리가"라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에 이은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업계 평가입니다.
제가 반도체 업계 소식을 꾸준히 보면서 느끼는 건, 삼성 파운드리의 아킬레스건이 결국 고객 신뢰라는 점입니다. 수율 문제나 공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쌓이면서 주요 팹리스들이 TSMC를 우선 선택하는 구조가 굳어졌거든요. 이번 파업 위기는 그런 우려에 기름을 부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이 회장이 직접 나선 이유가 거기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팹리스(Fabless)란 반도체 공장 없이 설계만 전담하는 기업을 가리킵니다. 미디어텍은 세계 5위권 팹리스로, 모바일 기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퀄컴과 쌍벽을 이루는 강자입니다.
TSMC 포화 상태가 만든 기회, 삼성은 어떻게 파고들었나
미디어텍은 사실상 100% 가까운 물량을 TSMC에 위탁해 왔습니다. 그런데 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TSMC의 첨단 공정 라인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게 삼성에게는 수년 만에 찾아온 진짜 기회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이른바 '패키지 딜' 시나리오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거론합니다. 패키지 딜이란 파운드리 계약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묶어서 협상하는 방식입니다.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삼성이 메모리 물량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대신 파운드리 수주를 가져오는 구조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 이전과 다른 점입니다.
이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먹힐지는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미디어텍 입장에서 TSMC 외 대안을 열어두는 것 자체가 협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생산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거든요.
이번 협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디어텍 첨단 칩 일부 물량의 삼성 파운드리 이관
- D램·낸드플래시 안정 공급을 조건으로 한 패키지 딜
- 갤럭시 보급형 라인에 디멘시티 칩셋 탑재 비중 확대
- AP 공급 확대를 통한 상호 의존도 강화
특히 세 번째 항목은 제가 상당히 현실적인 카드라고 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 보급형 스마트폰과 갤럭시탭에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시리즈 탑재를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여기서 디멘시티(Dimensity)란 미디어텍이 개발한 모바일용 AP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칩셋 라인업입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부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미디어텍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를 레퍼런스 고객으로 유지할 수 있으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TSMC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삼성전자가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TrendForce](https://www.trendforce.com)).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결국 주요 팹리스와의 신뢰 관계 구축밖에 없습니다.
이번 행보가 삼성 파운드리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 퀄컴 등으로부터 파운드리 수주를 확보했고 AMD와도 파트너십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미디어텍까지 협력 관계를 넓힌다면, 고객 포트폴리오 다양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수율(Yield)이란 전체 생산된 반도체 웨이퍼 중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수율이 높을수록 원가가 낮아지고 고객 신뢰도 올라갑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이 바로 이 수율 안정성 문제입니다. 이 회장의 직접 영업이 고객을 붙잡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기술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수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제 솔직한 판단입니다.

반도체 산업 전반의 AI 수요 전망과 관련해서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분석이 참고할 만합니다. SEMI에 따르면 AI 반도체 수요를 중심으로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2025년 이후에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SEMI](https://www.semi.org)).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으니, 삼성이 지금 이 시기에 고객 기반을 다지는 것은 분명 맞는 방향입니다.
이재용 회장이 파업 봉합 직후 가장 먼저 챙긴 것이 글로벌 고객의 불안 해소였다는 점은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미디어텍과의 협력이 구체적인 수주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총수가 직접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어도 이번 논의는 실무 차원의 접촉과는 무게가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실제 계약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 이야기의 진짜 결말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asiae.co.kr/article/2026052217293975718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경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위험하다: 성공적인 경매 투자를 위한 필수 가이드 (0) | 2026.05.24 |
|---|---|
| "마지막이 될 지옥 급행열차" 9호선 지옥철 (혼잡도, 설계 한계, 강동하남남양주선) (0) | 2026.05.23 |
| 한화오션 차세대 AI 스마트 함정 (배경, 핵심기술, 방산생태계) (0) | 2026.05.22 |
| 금양 상장폐지 결정! (감사의견 거절, 이차전지 신화, 정리매매) (0) | 2026.05.21 |
| 삼성 결국 총파업, 마지막 단계? (세전영업이익, 긴급조정권, 노동3권) (0) | 2026.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