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화오션이 동시에 두 개의 초대형 수주전을 치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조선업체 하나가 어떻게 이걸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심해 원유 플랜트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규모만 따져도 각각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을 넘나드는 일감입니다. 한화오션이 지금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싸움에서 무엇이 진짜 승패를 가르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나미비아 비너스 유전, FPSO 수주전의 실체
제가 처음 비너스 유전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그냥 아프리카 어딘가의 유전 개발 소식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게 단순한 건조 계약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란 해저 생산정에서 원유를 끌어올려 처리·저장하고 유조선에 하역까지 하는 해상 부유식 설비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정유 공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설비 하나가 하루에 최대 2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규모로 계획되고 있으니, 그 건조 비용이 수조 원에 달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나미비아 남부 해역 오렌지분지의 Block 2913B 광구에서 발견된 비너스 유전은 프랑스 토탈에너지스가 2022년 2월 공식 발표했습니다. 초기 개발 단계 총 투자비가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조 원 안팎으로 추산될 만큼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 들어갈 FPSO를 두고 한화오션과 네덜란드 SBM오프쇼어가 맞붙은 상황입니다.
SBM오프쇼어는 누적 40기 이상의 FPSO를 설치·운영해 온 회사입니다. 업력과 레퍼런스만 놓고 보면 사실 한화오션이 불리한 싸움입니다. SBM오프쇼어는 중국 조선소 여러 곳에 공정을 분산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반면 한화오션은 단일 야드에서 일괄 건조하는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선체와 상부 구조물을 서로 다른 곳에서 만들면 결합 단계에서 미세한 오차가 생겨 재작업이나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단순히 기술 자랑이 아니라, 발주사 입장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공기 지연' 리스크를 정면으로 파고든 영리한 메시지입니다.
토탈에너지스는 배럴당 생산 단가 20달러 미만을 요구하며 두 회사의 가격 경쟁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화오션 에너지플랜트 사업부는 기존 프로젝트 인허가 지연으로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이번 수주는 단순한 매출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비너스 유전 이후 나미비아 해역에서 이어질 모파네 유전 등 후속 심해 플랜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이번 첫 수주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잠수함보다 경제가 먼저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당연히 잠수함 성능 비교가 핵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평가 구조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캐나다 정부의 평가 비중을 보면 후속 군수지원 및 정비 능력이 50%, 잠수함 성능이 20%, 비용 15%, 경제적 혜택 및 전략적 가치가 15%입니다. 성능 비교는 사실상 4분의 1도 안 되는 비중입니다. 캐나다 국방조달청장 스티븐 푸어도 "한화오션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모두 해군 요구사항을 충족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출처: 캐네디언프레스] 이미 성능 게임은 끝났고, 이제는 경제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이 사업의 총 수명주기 비용은 최대 800억 캐나다달러, 약 80조 원에 달합니다. 이 천문학적 규모의 계약에는 ITB(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정책이 적용됩니다. ITB란 국방 조달 계약을 따낸 국가가 수주금액의 100%에 해당하는 경제적 활동을 캐나다 현지에서 창출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입니다. 쉽게 말해 잠수함을 팔려면 그 돈만큼 캐나다 경제에 돌려줘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산업계와 체결한 산업·경제적 혜택 협정은 67개에 달하며, 2044년까지 7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무역·투자와 연간 2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의 수소 상용 모빌리티 프로젝트, 알고마 제철과의 합작법인 설립, HD현대오일뱅크의 캐나다산 원유 장기 수입 확약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패키지는 사실상 방산 계약을 넘어선 국가 대 국가의 산업 재편 협약에 가깝습니다.
한국과 독일, 절충교역 전략의 갈림길
제 경험상 이런 대형 방산 수주전에서는 누가 더 화려한 그림을 그리느냐보다 그 약속이 얼마나 실현 가능하냐가 결국 판가름 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독일의 전략 사이에는 꽤 큰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절충교역(Offset)이란 방산 수출국이 수입국에게 수주 금액에 상응하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무기를 사고파는 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산업·기술·경제적 반대급부를 주고받는 구조입니다. 이번 캐나다 CPSP는 이 절충교역이 사업 자체보다 더 크게 부각된 사례입니다.
독일 TKMS 컨소시엄도 1600억 캐나다달러 유발과 65만 개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독일 최대 기업 폭스바겐은 "캐나다 배터리 공장 투자는 주주 이익에 따른 독자적 결정이지 국방 계약과 무관하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민간기업을 국가 방산 로비에 묶어두기 어려운 서구 경제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장면입니다. 더구나 이미 진행 중인 투자는 ITB의 '기발생 투자(Banked Investment)' 규정에 걸려 최대 50%만 인정받습니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특사로 나서 민간 대기업 최고위층을 대동하고 국가 신인도를 걸었습니다. 조건부 약속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계약 이후 이행 신뢰도에서는 독일보다 확실히 유리한 위치입니다.
한국과 독일의 접근 방식을 핵심 항목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 조선·자동차·에너지·방산 대기업 총동원, 67개 협정, 조건부 이행 보증
- 독일: NATO 공급망 편입, 노르웨이 MRO 인프라 공유, 비방산 민간투자 동원 한계
- 공통점: 양국 모두 잠수함 성능은 요구 수준을 충족, 경제 패키지가 실질적 승부처
한화오션이 이 싸움을 이겨야 하는 이유
제가 이 두 사업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한화오션이 단순히 수주를 늘리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생존 게임에 가깝습니다.
에너지플랜트 사업부는 기존 수주 프로젝트의 인허가 지연으로 이미 적자가 누적된 상태입니다. 비너스 FPSO를 따내지 못하면 도크 가동률 유지도 어렵고, 이후 나미비아에서 쏟아질 심해 플랜트 프로젝트에서도 입지를 잃게 됩니다. 한화오션이 이미 건조해 2025년 11월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에 인도한 FPSO P-79가 올해 첫 원유 생산과 첫 출하를 모두 마쳤다는 소식은 이 맥락에서 중요합니다. 실적 레퍼런스를 현장에서 직접 증명한 셈입니다. [출처: 페트로브라스]
CPSP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 군사대학의 폴 미첼 교수는 "한국은 이번 사업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어떤 면에서는 놓치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다만 약속과 이행 사이의 간극은 항상 존재하고, 캐나다 정부가 결국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는 발표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미비아 FID(최종투자결정)는 다음 달로 예정돼 있고, 캐나다 CPSP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2026년 여름이 공식 일정입니다. 두 건 모두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겹치고 있어,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역대 가장 밀도 높은 수주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두 사업 중 어느 하나라도 수주에 성공한다면 한화오션이 향후 글로벌 해양 플랜트 및 방산 시장에서 가져갈 모멘텀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비너스 FPSO 수주는 이후 나미비아 해역의 연쇄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지금 이 시점의 선택이 향후 10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결과 발표를 주의 깊게 지켜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참고 :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606246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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