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텅 빈 학교 앞 도로를 시속 30km로 기어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길에 어린이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규제는 지금도 똑같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드디어 이 24시간 일률 규제를 손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탄력운영, 왜 지금 논의되는가
솔직히 이건 오래전부터 많은 운전자가 느껴온 불합리함이었습니다. 스쿨존, 즉 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 주변 반경 300미터 이내 도로에 설정되는 구간입니다. 이 구역에서는 현행법상 차량 제한속도가 시속 30km로 고정됩니다. 문제는 이게 하루 24시간, 365일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2020년 시행된 민식이법은 이 규제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민식이법이란 스쿨존 내 어린이 사상 사고 가해 운전자에게 징역형 수준의 가중처벌을 부과하고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스쿨존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건, 단속 카메라 앞에서 과도하게 긴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낮 시간대 아이들이 다니는 길목이라면 당연한 조심이지만, 공휴일 새벽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보행자 사상 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 하교 시간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경찰청](https://www.police.go.kr)). 2023년 79건 중 41건, 2024년 91건 중 45건, 2025년 115건 중 56건이 이 시간대에 발생했습니다. 반면 자정부터 오전 8시 사이에 발생한 사고는 1건에 그쳤습니다. 이 수치를 보고 저도 생각이 조금 정리됐습니다. 규제의 밀도가 사고 발생 시간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숫자로 드러난 셈입니다.
현재 경찰청은 가변속도제한, 즉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제한속도를 달리 적용하는 탄력적 속도 규제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가변속도제한이란 고정된 제한속도 대신 상황에 따라 속도 기준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경찰청은 이미 2023년 9월부터 일부 스쿨존에서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사이에 시속 40~50km로 속도 제한을 올리는 시범운영을 하고 있지만, 전국 1만 6천여 곳 가운데 겨우 78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현재까지 논의 중인 개선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학생 통학 시간대에는 시속 30km 제한 유지
- 심야 및 공휴일 시간대에는 일반 도로 수준으로 제한속도 상향
- 전국 스쿨존에 가변형 전광판을 순차적으로 설치해 시간제 운영 확대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서는 이미 평일 등하교 시간대에만 스쿨존 속도 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이 원칙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탄력 운영이 오히려 운전자의 자발적 준수율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새벽에도 무조건 30km를 강제하다 보면 규제 자체의 신뢰가 떨어지는 역효과가 생기거든요.
민식이법 이후, 실제로 달라진 것과 남은 과제
민식이법 시행 이후 스쿨존 단속 환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거의 모든 스쿨존 입구에 무인단속장비가 설치됐고, 과태료와 범칙금도 일반 도로 대비 2~3배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무인단속장비란 차량 속도와 신호 위반을 자동으로 감지해 기록하는 카메라 시스템으로, 사람이 현장에 없어도 24시간 단속이 가능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카메라 앞에서는 실제로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그만큼 억지력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억지력이 필요 없는 시간대에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헌법소원까지 제기될 만큼 불만이 쌓였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규제 합리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의 실효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규제가 실제 위험 시간대에 집중될수록 운전자의 수용도도 높아지고 단속의 효과도 커집니다.
도로교통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는 통학 시간대와 하교 이후 시간대에 집중되는 패턴을 보입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https://www.koroad.or.kr)).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개정 없이도 시행령 수준에서 규제를 조정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습니다. 전국 스쿨존의 고정 표지판을 가변형 전광판으로 전면 교체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가변형 전광판이란 표시 내용을 전기 신호로 바꿀 수 있어 시간대별로 다른 속도 제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도로 안내판을 말합니다. 1만 6천여 곳 전체에 이를 설치하기까지는 예산 확보와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으론 우선순위를 정해서, 사고 발생 이력이 낮은 구간부터 시범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립니다. 일률적 규제가 아니면 운전자들이 느슨하게 여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이미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실제로 위험에 처하는 시간은 따로 있습니다.

결국 이번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속도 제한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규제가 실제 위험과 얼마나 정확하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그 규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작동하는지의 문제입니다. 경찰청의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는 다음 달 말 이후 논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 개정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새벽 두 시 텅 빈 스쿨존에서 불필요하게 긴장하며 달리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진짜 위험한 시간대의 단속과 안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거라고 봅니다.
참고:
https://m.ytn.co.kr/news_view.php?key=202605191022147337&s_mcd=0134#return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금양 상장폐지 결정! (감사의견 거절, 이차전지 신화, 정리매매) (0) | 2026.05.21 |
|---|---|
| 삼성 결국 총파업, 마지막 단계? (세전영업이익, 긴급조정권, 노동3권) (0) | 2026.05.20 |
| 부모 찬스 부동산 (편법증여, 자금출처, 세무조사) (0) | 2026.05.19 |
| 스타벅스 탱크데이 적절한 광고였나? (마케팅 참사, 역사의식, 대표 경질) (0) | 2026.05.19 |
|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줄 지어.. (신청방법, 지급대상, 사용처) (0) | 2026.05.18 |